어느덧 올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님은 이번 상반기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바삐 달려오느라 고생했을 님을 위해 멀리 떠나보는 것도 좋을 테지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식구들의 ‘고집스러운’ 여행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낯선 여정 속에서 뚝심 있게 고집한 것들이 나란 사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저마다의 집념과 철학이 깃들어 있는 선택지를 보며 올여름 시작될 나의 여정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
07.06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못 말리는 여행 취향
07.20 - 8.3 For The Wonderful holiday―완벽한 휴가를 위하여 휴가철을 맞이하여, 우리들의 다채로운 휴일 이야기를 전해요. |
어라운드 식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여행 갈 때 꼭 고집하게 되는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거운 짐 가방 한편에 꼭꼭 챙겨둔 물건. 혹은 걸음마다 나도 모르는 새 멈춰서서 했던 행동들. 습관과 고집 사이, 쉬이 분간할 수 없는 ‘못 말리는 취향들’. 이 멋진 고집에는 무사하고도 즐거운 여행을 기원하는 마음이 스며 있었답니다. |
로드뷰를 통해 어떤 곳인지 미리 엿보아요. 로드뷰를 보면서, 여기에 구경 가고 여기에 주차하고 나름 상상을 해본답니다. 랜선 여행으로 전 세계 곳곳을 떠돌아 다녀봤어요. 이제 몸이 갈 날을 꿈꾸며 다시 여행을 떠나요. |
유람, 방랑, 산책, 그리고
이주연—수석 에디터 |
여행지에서 아무리 멋진 걸 보고 맛난 걸 먹어도 즐겁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모양을 달리하는 구름처럼, 마음도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니까요. 종종 내게 기분을 묻듯 하늘을 올려다봐요. 마음과 꼭 닮은 하늘을 본다면 잊지 않고 셔터를 눌러야겠죠. |
부모님이 20대 때부터 쓰던 필름 카메라를 손에 넣은 이후로는 여행에 꼭 챙겨 가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들여다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24장 혹은 36장을 꽉 채우는 데는 1개월에서 3개월 정도가 걸려요. 그동안 필름 안에 가만히 묵혀 두었다가 현상할 때 다시금 기억을 꺼내 보죠. 필름의 고유한 색이 담겨 있는 풍경과 사람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 주기도 해요. |
이번 89호의 아우트로와 AROUND Box에서는 부산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가장 사적인 장면’들을 소개해 보았어요. 이번 호를 만들며, 종종 인터뷰이로부터 ‘멀리까지 왔는데, 머무르는 동안 이곳저곳 잘 둘러보았냐.’는 질문들을 받았지요. 눈앞에 일들을 해치우느라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 제게 틈날 때 꼭 다녀오라며 좋은 공간들을 소개해 주셨지요. 그 호의에 보답하고자,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내팽개치고선 그들이 알려준 목적지를 찾아 굳이 굳이 걸음해 보았답니다. 그날의 걸음들로부터 이어지는 장면들을 소개해 볼게요.
글·사진 오은재 |
박태준 기념관
해운대와 청사포를 지나 위쪽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마주하는 기장은 시골 어촌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숲이 우거지고 물결이 아름다워, 이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던 임랑 마을은 외지인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하지요. 그 마을의 어귀에서 포스코 창립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든 공간, 박태준 기념관을 만나볼 수 있어요. F1963을 리모델링한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지요. 추모 차원에서 지어졌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을에 깃든 기억과 역사를 보듬어 조성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은 ‘기장’을 닮았습니다. 유연한 획을 지닌 복도를 지나 수정원에 다다른 순간, 건물 밖에서도 안에서도 기장의 너른 하늘과 바다를 마주하게 되지요. 청송 나무를 마주보고 앉아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낄 때,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쉼이 되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게 되곤 해요. 앞으로 저는 기장을 박태준 기념관으로 기억하게 될 것만 같아요.
Tip 되도록이면 맑은 날에 방문하기를 추천해요. 빛과 그림자가 닿는 자리를 생각해 세심하게 길을 냈으니, 이왕 먼 걸음 한 김에 건축가의 의도를 충분히 경험해 보기를 바라요. 다래헌
굿올데이즈에서 머무르던 날, 중앙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매던 중 ‘다래헌’이란 전통찻집을 발견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투어에 질렸던 터라, 호기롭게 찾아가 보았지요.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 흔한 메뉴판조차 없더군요. 젊은이가 찾아와 멀뚱히 앉아있는 게 애처로워 보였던 건지, 한 어르신께서 제 맞은편에 앉으시더군요. 별다른 인사 없이 다짜고짜 다기와 차를 준비해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찻잎에 대한 이야기를 읊으며 한 잔을 내어주심에 왠지 보통 분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국내에 최초로 보이차를 들여온 교수님이시더군요. 고수의 비법이 담긴 보이차에서는 웅숭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차에 깃든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같은 자리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습니다. 돌아가서 꼭 뉴스레터에 오늘의 이야기를 적어야 겠다고 다짐했지요. 고집 있게 운영하는 좋은 공간이 오래도록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Tip 자리를 잡고 앉으면, 친절한 여자 사장님께서 무엇을 마실 것이냐 여쭤볼 거예요. 차.알.못이라고 해서 당황하지 마시고 추천해 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면 초보자 분들도 즐길 수 있을만한 수준의 보이차를 준비해 주실 거예요. 다기를 다루는 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실 테니, 눈치만 보고 있지 마시길. 금정산
바다와 산, 둘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말한다면 저는 군말 하지 않고 산을 고르는 사람입니다. 바다는 뛰어들지 않아도 제가 있는 자리까지 밀려오지만, 산은 맘 먹고 가지 않는 이상 그곳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지요. 그 점이 저를 고집스럽게 그곳으로 향하게 만듭니다. 주요 관광지를 지나쳐 1호선의 끝으로 향하는 동안, 이럴 시간에 해운대나 광안리를 한 번 더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진정한 ‘부산다움’을 느껴보기 위해 꿋꿋이 그곳으로 향했죠.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산자락을 오르고, 짭짤한 바닷냄새 대신 싱그러운 솔향을 힘껏 들이쉬니, 이제까지 부산하면 바다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더군요. 오르면 오를수록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들을 보며 알게 될 거예요. 부산의 산 또한 바다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사실을요.
Tip 오랜 여정으로 인해 체력이 고갈된 분들께선 무리는 금물! 금정산 중턱에 위치한 범어사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해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의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스물네 개의 시점을 ‘절기’라고 부르지요. 우리를 스쳐가는 풍경들을 달리 보게 만드는 절기마다 최예슬 작가의 글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지난 ‘하지’에는 태양의 열기처럼 뻗어나가는 마음을 돌보며 균형을 잡아가는 작가의 일상을 살펴보았답니다. 다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작가와 함께, 절기의 낯빛을 살피며 지내는 즐거움에 대해 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를 통해 삶의 지혜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스물 네번의 절기 마다 AROUND Naver Post를 찾아주세요. |
오늘 뉴스레터도 재미있게 읽었나요? 휴가 기간을 앞두고 이런저런 계획을 짜고 있을 여러분들을 위해, 다음 뉴스레터는 특별한 기획으로 찾아올 예정이에요. 두 차례에 걸쳐 발행될 여름 맞이 뉴스레터에서는 독자님들께서 즐거운 휴일을 다방면으로 도모할 수 있게끔 어라운드만의 길잡이를 제공해보려 합니다. 유쾌한 상상이 담긴 다음 뉴스레터 또한 기대해주세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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