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하루의 온도를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한낮엔 여전히 볕이 따갑다가도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이에요. 계절의 경계는 이렇게 애매한 모습으로 찾아오나 봅니다. 저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함 속에서 묘한 기분을 만끽하며 지냅니다.
신간 발행 후 여전히 음악 이야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어라운드 식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음악을 즐기는 여러분만의 장소가 궁금하다고. 모아보니 거창한 공간은 하나도 없었어요. 누군가는 방 한구석에서, 누군가는 평범한 출근길에서 음악과 나 둘만 아는 비밀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안도했습니다. 온갖 멋진 곳에 관한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지도 앱에 또 한 장소를 저장하는 행위에 조금 피로해졌거든요. 님도 저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면 오늘은 우리가 거쳐 가는 평범한 자리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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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음악이 나눠 가진 기억은 무엇인가요? 어라운드 식구들이 음악을 즐기는 소박한 자리와 함께, 음악이 인상적인 영화까지 들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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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식이 오래된 차를 타요. 요새 차들처럼 블루투스가 연결되지 않아,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CD를 갈아 끼우거나 라디오를 틀어야만 하는데요. 하지만 차 문을 닫는 순간, 이곳은 저만의 작은 노래방이 됩니다. 층간소음 걱정도, 동전 넣을 필요도 없는 차 안에서는 마음껏 큰 소리로 음악을 듣거나, 박자가 조금 틀려도 연연하지 않고 내 리듬대로 노래를 부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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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올드팝을 좋아하는 제가 아끼는 영화예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식 퇴장곡으로 수록곡을 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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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이어폰을 끼면 세상에 저 혼자 존재하는 듯한 기분 좋은 적막에 휩싸여요. 투명한 방음벽 안에 들어앉은 것 같기도 하고, 깊은 물 아래 꼬르륵 잠긴 것 같기도 하죠. 이런 홀가분한 감각에 기대어 길을 가다가도 작게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내키는 대로 고개를 까닥이며 즐긴 지 오래되었는데요. 특히 한적한 출근길 골목, 오감을 일깨우는 산뜻한 음악을 들으면 발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져요. 하루치 분량의 기쁨을 채우고, 소소하게 일상의 활력을 충전하는 저만의 루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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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트〉(2026)
종종 이 영화의 테크노 사운드가 불쑥 떠올라요. 그중에서도 〈Les Marches〉 트랙의 여운이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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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훌쩍 넘어서야 방이 생겼습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원룸. 첫 독립을 맞이해 가장 먼저 마련한 건 싸구려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아빠의 해묵은 음반들을 들을 수 있는 보급형 CD플레이어였어요. 그 작디작은 방에서, 저는 낮은 조도의 조명만을 켜놓고선 낮이나 밤에나 음악을 들었습니다. 반지하 창가로 나오는 음악은 이소라와 마이클 잭슨을 엮고, 이미자와 닐 영을 넘나들었다가, 김창완과 조니 미첼을 거쳐, 김민기와 글렌 굴드를 제멋대로 오갔어요. 음악을 듣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건 없어요. 음악을 듣기에 완벽한 시간만이 있을 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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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영화관에서 흘러나오던 정훈희, 송창식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모두 잠자코 귀 기울이던 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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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김창열 미술관’에 들렸던 때에 찍은 사진입니다. 물방울 작품에 매료되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는데요. 얼마 전 부암동에 김창열 화가의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로 사용되었던 장소를 재현한 ‘김창열 화가의 집’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꼭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사실 부암동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렇게 끝자락에 있을 줄은···. 하지만 미리 찾아보고 계획했다면 또 다음으로 미뤘을지도 모르니, 후회는 없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지금 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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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중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오르막을 굽이굽이 올라 마침내 도착한 곳. 입구에서 실내 슬리퍼로 갈아신으면 전시가 시작됩니다. 지상의 전시장에서는 김창열 작가의 다양한 물방울 시리즈를 볼 수 있어요. 대체로 작은 작품들이 주를 이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 좋았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작업실을 재현해 둔 공간이 이어집니다. 실제 작업실에 온 것처럼 손때가 묻은 가구와 물건, 작품이 늘어져 있어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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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깥의 야외 정원으로 나가면 탁 트인 부암동의 전경이 보여요. 독특하게 설계된 건물을 층층이 오가며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려가기 전에는 꼭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야 해요. 저는 굿즈숍이 있는 무인 카페에 앉아 잠시 쉬며 버스를 기다렸어요. 전시가 12월 20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하니, 선선해지는 날 한 번쯤 찾아가 보시길 추천할게요.
A. 김창열 화가의 집 서울 종로구 평창7길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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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음악이 모이는 곳〉에는 수많은 곡명과 앨범명이 등장합니다. 인터뷰이의 추천부터 에디터의 발견, 연재 에세이에 소개된 음악까지. 책을 읽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고 싶은 곡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신간에 언급된 음악을 전부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으니, 마음에 닿는 음악을 건져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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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바뀌었어요. 한 해가 어느새 반의반만큼 남았습니다. 약속 잡고 만나 직접 나누는 안부도 좋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편지처럼 주고받는 안부도 큰 위로가 되는 요즘이에요. 마음을 전하는 데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저희는 다다음 주 목요일에 또 편지를 띄울게요. 그 전까지 우리, 각자의 방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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