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소개 문장이 인상 깊었는데, 인시즌의 지금을 알려면 무얼 봐야 하나요?
계절마다 문 앞 레터링을 바꾸고 있어요. 앞서 “가을은 무화과와 황금배의 계절”이라는 문장이었다면 지금은 “겨울은 깊은 밤과 노란 유자의 계절”이죠. 인시즌의 이번 겨울은 밤과 유자를 중심으로 디저트와 저장식을 선보이고 있어요. 공간 한편 팬트리를 보면 한쪽에는 유자, 레몬, 하귤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소금과 그걸 활용해 만든 저장식이나 피클을 두었어요. 치즈와 페스토처럼 식사의 기본이 되는 것들도 있고요. 반대편에는 단맛이 두드러지는 시럽과 넥타, 잼, 디저트가 있는데 음식에 ‘킥’을 더해줄 가공식이에요.
소금이나 치즈 같은 익숙한 이름 앞에 유자와 밤, 레몬, 하귤 같은 재료가 붙어서 특별한 쓰임이 있는 건가 싶었어요.
거꾸로 생각하면 저건 그대로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소금이나 치즈예요. 채소를 절일 때나 간을 맞출 때, 잘 구운 고기를 먹을 때 소금을 쓰듯 똑같이 사용하면 돼요. 손님들이 오시면 “이 소금 어떻게 써요?”, “이런 치즈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라고 가장 많이들 물어보세요. 그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우리가 준비한 식사나 브런치 메뉴를 드셔보라고 권해요. 모두 팬트리에 있는 걸 활용한 거라, 인시즌이 소개하는 지금의 맛이 궁금한 분들께 적절한 답이 되거든요. 이 한 접시서 느껴지는 짠맛이나 단맛, 감칠맛 같은 모든 맛은 바로 저 팬트리 안에서 시작된 거죠.
(중략) 그러고 보니 재료 하나에 다양한 가공법을 쓰고 있네요. 한 가지 재료로 치즈와 넥타를, 다른 재료와 섞어 또 다른 치즈를 만들거나 시럽이나 소금으로도 만들잖아요.
매번 식사를 위해 열 가지 재료를 살 수는 없잖아요. 한 가지 재료를 열 가지 방법으로 먹는 게 제게는 중요한 삶의 방식이에요. 저기 팬트리에 있는 단호박 피클 보이세요? 얼마 전엔 이 피클을 어떻게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피클액이랑 살짝 갈아서 메인 메뉴에 소스처럼 곁들였어요. 다음 날엔 거기다가 삶은 병아리콩을 넣고 함께 갈았더니 후무스가 되었고요. 피클을 다 먹고 남은 액은 드레싱으로도 좋고 소면을 삶아서 적셔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모두가 이런 삶을 살긴 힘들죠. 분주한 일상을 사느라 새롭게 먹을 방법을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고, 요리에 소질이나 흥미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피클 하나에도 이렇게나 많은 쓰임이 있네요. ‘오병이어五餠二魚’라고 하던가요? 갑자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요. 대표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웃음).
어머나, 그런가요(웃음)? 이렇다 보니까 더더욱 우리에게 같은 계절은 없어요. 주요한 소재는 같아도 저와 인시즌의 삶이 보여주는 결과들은 그때의 생각을 따라 매번 달라져요.
식재료를 다루는 일이나 나의 끼니를 챙기는 행위를 본래부터 친근하게 여겼는지 궁금해져요.
그렇진 않아요. 대학 시절, 혼자 서울로 올라와 자취할 때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그때 나의 삶에서 요리를 안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매번 새로운 음식점을 찾을 수가 없다 보니 한 동네에 오래 살면 먹는 음식이 늘 비슷해요. 그리고 사 먹는 음식의 한계치는 명확하니까 계속 소비적인 식사를 하기보단 무엇이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과일이나 야채를 조금씩 사서 샐러드를 해 먹거나 끼니를 간단히 챙겨 먹곤 했어요. 디저트는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고요.
미식, 과식, 소식이나 절식… 먹는 유형을 구분하는 말이 참 많은데 대표님은 어디에 가까운가요?
요리가 그랬듯 원래부터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거든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만 먹으면 충분하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인시즌의 삶을 살면서부터는 무엇 하나 먹을 때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하니까 완전히 달라졌어요. 맛있게 먹는 법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레 식사량도 늘고 먹는 일도 재미있게 느껴져요. 새로운 표현을 지어 보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라고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