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얼마 전, 문득 달력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올해가 벌써 다섯 손가락을 전부 써야 셀 수 있을 정도로 흘러갔다니! 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요? 따뜻해지면 어디로든 원하는 길 따라 성큼성큼 나아갈 것 같았는데, 또다시 새로운 계절 핑계 대며 지지부진한 마음을 모른 척합니다. 그와중에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믿어도 될 게 있어요. 아침마다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 잘 들리지 않아도 우리의 발 구름을 계속된다는 것, 조용한 기색으로 흐르는 마음속 열정은 기회를 엿보다 제때 발휘된다는 것. 하루 끝에 반짝이는 게 남지 않아도, 당장에 보이지 않는 것을 쉽게 저버리지 않은 채 일과 일상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명료해진 삶의 의미가 보일 테지요. 그 반가운 만남을 기대하며 한해의 허리춤을 맞이해봅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AROUND》 100호에 관해 마지막 이야기를 꺼내둘게요.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의 대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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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달려본 사람을 만났다. 어디에 가닿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즐거워 보이는 길이라면 일단 걸어본 사람. 두려움은 없었는지, 힘겹지는 않았는지 물어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를 용감하게 만든 건 앞서 재미 좇아 살아간 사람들이 일궈 놓은 더 넓은 세계, 그리고 실패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나는 재미의 꼬리를 밟는 인생의 실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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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 아이가 작가님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질문지를 받고 고민해 봤는데요. ‘세상 모든 것을 손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될 만하다고 생각하면 그림으로 표현하고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할게요.
어떤 소재가 이야기가 될 만한가요?
질문한 아이도 에디터님과 똑같이 물어보겠죠? 저는 뭐든지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옛이야기처럼 사건사고나 기승전결이 있는 소재뿐만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 에디터님이 입고 있는 옷 같은 모든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죠. 내 마음속에 저장된 생각들이 새로운 것과 만나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순간이 오기도 해요. 서로 관련 없던 것들이 연결되는 순간이요.
어른들에게는 자신을 꼭 ‘그림책 작가’라고 소개하세요. ‘동화 작가’라는 호칭은 정정하기도 하고요.
사람은 나를 규정하는 말로 내가 하는 일을 더 선명하게 인식해요. 저는 그림책 작가라는 말이 저를 정말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은 그림책,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작가라면 저는 그림을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니 두 단어에 제가 다 담긴 거죠. 동화는 그림이 없어도 되지만요. 그리고 그림책은 모든 연령이 보는 책이라 ‘아이 동童’ 자로 시작하는 동화와 달라요. 예전에는 그림책을 독립된 예술 장르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호칭을 명확히 하긴 했는데, 동화책 작가라고 부르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웃음).
작가님 작품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알려져 있어요. 글보다 그림이 가득한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그림은 글과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요. 예를 들어 《파도야 놀자》 표지에는 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우리가 바다에 가면 숙연해지곤 하죠. 거대한 자연을 보면 나의 고민이 작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자연에 압도된 느낌을 표정 없이 뒷모습으로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감각을 글로 전달하는 것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너무나 달라요. 그림은 많은 생각을 동시다발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죠. 그런 이미지 여러 장이 이어지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것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을 거예요.
이야기의 해석을 독자에게 맡기는 거군요.
그렇죠. 그림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고유한 방식을 강조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림은 다층적인 이야기를 한꺼번에 전할 수 있어요. 최근작 《춤을 추었어》에서는 주인공 아이가 뛰노는 세상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는데, 전쟁 장면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져요. 모티브가 된 건 어느 날 본 포털사이트인데 오류였는지 사진은 여의도 불꽃놀이 축제고, 제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인 거예요. 축제가 열린 그날 하마스는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로켓포로 이스라엘을 공격했거든요. 아름다워 보이는 포탄이 사실은 파괴의 불꽃놀이라는 걸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만약 이 내용을 구구절절 쓴다면, 효과는 반감될 거예요. 그림은 ‘A는 A야.’라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니까 빨리 와닿지 않아요. 그게 그림의 장점이자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한계겠죠. 독자가 제 의도까지 생각이 미치면 좋은 거고,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같은 건 아니고요(웃음). 저는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되, 디테일을 어떻게 보느냐는 읽는 사람의 몫인 거죠. 독자가 자신이 갈 수 있는 최대한 멀리까지 가보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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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할머니의 저녁 식사》 M. B. 고프스타인 | 미디어창비
앞선 대화에서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본인의 일을 “세상 모든 것을 손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될 만하다고 생각하면 그림으로 표현하고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했지요. 그림책을 짓는 일로 익숙한 작가 이수지가 해외 작가 그림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도 한다는 걸 아시나요? 《이름을 알고 싶어》, 《우리 눈사람》, 《브루키와 작은 양》 등 최소한의 그림으로 섬세한 의미를 전하는 M. B. 고프스타인의 이야기를 번역해 독자들에게 우리말로 안겨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엇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의미가 흐려질 때마다 《할머니의 저녁 식사》를 꺼내보곤 해요. 이야기 속 할머니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직접 아침을 만들어 먹고 ‘아주아주 빠르고 깨끗하게’ 뒷정리를 마칩니다. 그 후에는 직접 보트의 노를 저어 강 한가운데에 나간 다음, 하루 종일 물고기를 기다려요. 기약 없는 만남의 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그것도 아주 천천히 즐깁니다. 뒷정리는 역시나 빠르고요(웃음). 이게 할머니의 하루, 나아가 삶의 전부이지만 단조롭거나 지루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고요한 세상을 명료한 일상으로 채울 뿐이니까요. 책을 옮긴 작가 이수지는 이야기 속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듯했대요. “이걸로 충분해. 지금, 여기, 이 빛나는 것을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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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서촌 무서록에서 열린 〈어라운드의 100번째 시선〉이 많은 애정을 안고 매듭지었습니다. 《AROUND》 100호 출간을 기념하며 마련한 이번 자리에선, 일상 가까이에 놓인 의미를 발견하는 ‘묻고 답하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꾸렸지요. 매거진 속 등장 인물과 주고 받던 문답을 책 바깥으로 꺼내 독자분들께 건네보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어라운드 동료들이 살가운 설렘을 안고 오는 분들을 맞이했어요. 우리의 마음에 화답하듯, 걸음 해주신 분들도 머무는 내내 다정함으로 전시장을 충만히 채워주셨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으로 어라운드를 만드는 네 명의 팀원이 전시를 마친 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인사를 짤막히 남겨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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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 권이 오롯한 모습으로 완성될 때마다, ‘Question’을 통해 독자분들께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출판사 ‘민음사’의 조아란 마케터가 자신의 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들려주었어요. 나와 동료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유연하고 즐겁게 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영상이 매듭 지어진 후에 나만의 답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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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향기가 가득했던 봄, 서교동 ‘땡스북스’에서 최예슬 작가의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의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최예슬 작가, 이명주 어라운드 에디터와 함께 스물네 개의 절기마다 삶에서 마주한 질문에 성실하 답하는 태도를 나눴습니다. 만약 북토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면 지금 바로 아래 버튼을 눌러보세요. 어라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날의 이야기가 담긴 토크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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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비 소식이 잦아지고 한낮 기온을 가리키는 숫자가 부쩍 올라간 걸 보니, 봄이 부지런히 걸어 여름 언저리에 도착했나 봅니다. 오늘까지 어라운드 100호 속 이야기들을 모아 들려드렸는데요. 한 주 쉬고 6월 둘째주에 도착할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내리쬐는 햇볕이 반갑게 느껴질 매거진 신간 소식과 더불어 어라운드 식구들의 취향 이야기도 한편에 담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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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를 톺아보며, Editor’s Curation
매달 첫 번째 화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꾸준히 일하는 법’입니다.
전시 〈어라운드의 100번째 시선: 발견담〉을 찾아주신 분들께 마케터 이승희는 다음 질문을 건넸습니다. "꾸준히 일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그의 질문에 저마다 다른 답을 내미는 기사 네 편을 소개합니다. 일을 좋아하는 마음부터 정당한 보상과 자기돌봄, 든든한 동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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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Hiring!
브랜드기획팀 프로젝트 매니저(PM)
어라운드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콘텐츠 기획·편집·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어나가는 프로젝트 오너이자 브랜드와 제작팀의 든든한 파트너가 됩니다. 서류 접수는 5월 25일까지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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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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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이 구독 : 매달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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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마음 닿는 쪽으로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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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를 톺아보는 큐레이션 콘텐츠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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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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