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여름은 뮤지션 한로로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는 반가운 시기로도 느껴져요. 이미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이름을 봤어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나 봐요. 그래서 페스티벌도 많아지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거죠. 어떻게든 인생에서 쉴 구석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더운 계절이어도 그 순간만큼은 열정적으로 즐기기 위해 모인 걸 알기 때문에, 관객들의 여름을 최대한 예쁘고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제 일조로 겨울 즈음 ‘올여름 진짜 재미있었는데!’라고 돌이켜 본다면 기쁘잖아요. 사실 페스티벌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무척 긴장했어요. 가창력 평가받듯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니 좀 딱딱해 보였겠죠? 지금은 더 놀아보려고 해요. 자유롭게 방방 뛰거나 소리를 지르고, 떼창을 유도하고 물도 뿌리고… 재미와 흥미로움, 편안함까지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챙기려고요. 관객들이 재미있으려면 제가 먼저 즐거워야 한다는 걸 매해 여름 배워요.
그러고 보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죠?
맞아요. 지금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드디어 시작된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계절을 또 어떻게 보낼지 설레요. 물론 오늘처럼 초록색이 가득한 풍경이 제일이지만,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지고 초록 잎이 살짝살짝 피어난 풍경은 그 다음으로 좋아요. 초록 잎이 60퍼센트, 벚꽃이 40퍼센트 정도 섞인 때 있잖아요(웃음). 봄에서 여름으로 탈피하는 것 같은 바로 그때요. 저는 여름은 그 어느 계절보다 좀 열심히 살고 싶어져요. 어떻게든 저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쨍쨍한 햇빛에 지기 싫어요.
(중략) 다수의 싱글과 앨범 [이상비행], [집], 최근 곡 ‘나침반’까지 듣다 보면 전하는 메시지의 중심은 같되 대상은 확장된 것처럼 보여요. 직접 들려줄래요?
가면 갈수록 세상이 서로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쉬워지는 게, 개인적으로 너무 싫거든요. 저마다의 어려움이나 아픔, 슬픔을 끌어안으려 하지 않고 배척하면서, 혼자만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에요. 혼자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이니까 혼자 위로하지 못하는 부분을 또 다른 존재들이 보듬어 주는 게, 공동체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인류가 형성될 때부터 뿌리내린 생존 법칙 중 하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 연대가 필요하고요. 제 노래들이 초반에는 나의 아픔 그리고 너의 아픔을 말했다면, 이제 우리의 아픔으로 이어지면서 그걸 해결할 방법이 결국에는 사랑이라 말해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네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가끔은 저도 이 세상에 혼자 남아 있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렇다면 노래로 말해온 ‘사랑’이란 뭘까요?
(잠시 고민한다.) 연명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삶을 이어지게 하는 필수 요소 같아요. 저는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보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싶어서 살아요. 연인이든 친구든, 내가 애정을 품은 존재들이 보고 싶어지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또 다음 날도 기대하게 되잖아요. 누군가에겐 이 초록색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년 여름엔 어떨지, 그때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싶을 수도 있고요. 삶의 장면 하나하나를 포기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게 제가 정의하는 사랑인 것 같아요. 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질문이긴 하지만요.
누군가에겐 막연하게 느껴지는 단어일지도 몰라요. 힌트 삼아 일상에서 사랑을 감각할 때를 들려주세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가능할 거예요. 저는 얼마 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웃으며 노는 아기들을 보는데 마음이 따사해지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위해 온전하고 따뜻한 나날들을 만들고픈 기분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