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션덴마크는 덴마크에 뿌리를 두고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면서 A.C. 퍼치스 티핸들 차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있죠. ‘차’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줄기를 담당하는 셈인데요. 지은 씨에게 차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덴마크에 가기 전까지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음료라고 여긴 것 같은데, 덴마크에서 지내면서 차의 일상적인 쓰임을 알게 됐어요. 예컨대 미팅할 때 항상 차를 내어드린다거나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요. 그런 문화 속에 살게 되면서 저도 차를 사보고 경험하게 되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초대해 차를 내어주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처음 ‘맛있다!’고 느낀 차 기억하세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차를 마신 건 덴마크 국내 여행을 할 때였는데요.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 한 섬의 카페에 들어가게 됐는데, 거기서 마신 A.C. 퍼치스 티핸들의 ‘쿨허벌COOL HERBAL’이 정말 맛있었어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이거 무슨 차야?” 하고 되물을 정도로 저를 놀라게 한 맛이었죠. 달콤하고 상쾌한 맛에 반해서 그 이후로 쿨허벌을 굉장히 많이 마셨어요.
저도 얼마 전에 선물 받은 차인데, 따듯하게 마셨는데도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노란 케이스도 정말 예뻤고요. 지은 씨는 차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쿨허벌이 잘 맞으셨다니 덩달아 기분 좋은데요(웃음). 차는 맛으로만 따져도 엄청나게 다양해요. 에디션덴마크는 찻잎 그대로의 제품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블렌드한 차도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블렌딩 방법에 따라 맛이 무궁무진해진다는 점에서 차의 세계가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껴요. 그 덕에 상황에 따라 마시는 차도 디테일하게 나눠볼 수 있죠. 날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침에 눈 떴을 땐 얼그레이EARL GREY가 잘 어울리고요. 점심 먹고 나른해질 즈음엔 씨브리즈SEA BREEZE나 그린팰리스GREEN PALACE, 화이트템플WHITE TEMPLE을 주로 마셔요. 식사하고 나서는 섬세한 향이 나는 차가 특히 좋더라고요. 잠들기 전엔 루이보스바닐라ROOIBOS VANILLA 마시는 걸 제일 좋아하고요.
저한테 차는 식수용과 디저트용으로 나뉘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이 보리차나 둥굴레차류는 식수로도 활용하는 반면, 유럽 차는 디저트로 삼곤 하죠. 왜 이런 구분이 생기는 걸까요?
문화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보리차를 끓여두고 물 대신 마시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여전히 식당에서도 차를 물 대신 내어주는 곳이 많고요. 그래서 음식과 자연스럽게 같이 마시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식수 대용이 된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반면, 유럽 차에는 향이 있다 보니까 유럽인들은 식전이나 식후에 마시곤 해요. 음식과 차의 향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유럽 차는 확실히 ‘향’에 포인트가 있는 듯해요. A.C. 퍼치스 티핸들 제품도 향을 맡을 때 기분이 참 좋은데요. 브랜드에 관해 조금 더 소개해 주실래요?
A.C. 퍼치스 티핸들은 덴마크 차 문화의 역사를 담고 이어져 오는 티 브랜드예요. 1835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문을 연 곳으로, 덴마크 왕실 공식 차 조달 업체이기도 하죠. 저는 A.C. 퍼치스 티핸들이라는 브랜드를 굉장히 존중해요. 7대가 이어온 브랜드라는 것도 그렇고, 오랫동안 운영해 오면서 투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고, 190년가량 된 티 숍을 유지·보수만 하고 거의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그렇죠. 워낙 긴 세월을 지나왔으니 어떻게 보면 아예 새롭게 고치는 게 더 쉬운 선택일 수 있고 대를 이어왔더라도 어떤 세대에서는 이전 분위기를 잇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A.C. 퍼치스 티핸들은 자본 개입 없이 브랜드 철학을 온전히 한 집안이 이어온 거예요. 저는 그 점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봐요.
그런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상상한 미래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덴마크에서 차를 알게 되고 제 삶에 들인 것처럼 한국 사람들도 일상에서 쉽게 차를 즐기고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 가길 바랐어요. 제가 처음 마시고 ‘아!’ 했던 A.C. 퍼치스 티핸들이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일상에서 쉽게 차를 즐기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에디션덴마크 티포트는 확실히 간편해요. 손동작 몇 번만으로 차를 우려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죠.
에디션덴마크는 격식 차리지 않고도 간편하게 차를 우리길 바라면서 오리지널 제품들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래야 차를 나눠 마시는 것도 일상적 가치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차는 약 5천 년 전에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유럽에 차가 들어온 건 17세기 초예요. 차 문화는 영국에서 왕족·상류층을 시작으로 확산되고, 덴마크도 18세기 초에 중국과 직접 무역을 시작하면서 도시 시민 문화 속에서 나눠마시는 일상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어요. 저는 그 ‘나눠 마신다’는 가치가 유난히 와닿더라고요. 차는 취향껏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특별한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엄청 큰 티포트에 티 필터를 올리고, 원하는 만큼 찻잎을 담아 우리는 걸로 충분해요. 차를 다룬다고 해서 꼭 차에 관해 더 잘 알아야 하고, 정확하게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더 즐겁게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에디션덴마크에서는 원하는 대로 우려도 괜찮은 차를 소개하고 있고요.
지은 씨가 생각하는 차의 궁극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음…, 제가 원하는 차의 역할은 중심이 아닌 매개체예요. 중요한 건 차를 얼마나 정확하게 우리느냐가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나눠 마시는 행위거든요. 차 마시는 시간을 선택함으로써 여유를 만들어 내는 게 좋아요. 나 홀로 시간을 즐기거나, 사람들과 모일 때도 “차 한잔하자.”는 말이 여유의 매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차는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조연으로 식탁을 빛내주는 존재가 될 테고요. 일상적이면서도 귀한 시간에 함께하는 매개로서의 차. 그런 역할로서의 차를 다루고, 또 소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