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 씨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상태에 가까운가요?
나로서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요. 건강도, 관계도, 일도 그렇고요.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완전히 도시와 단절되지 않은 곳. 너무 빠르게 소모되지 않으면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어요.
요즘 대전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잖아요. 이 도시에서 공간을 운영하며 느끼는 분위기는 어때요?
주말이나 방학 시즌에는 매장이 외지 분들로 가득 차요.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보이지 않는 돋보기를 들고 자기만의 재미를 탐색하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대전 노잼 도시라더니 너무 재밌어요!” 하시면 속으로는 생각하죠. ‘하루이틀 여행으로 오시니까 재밌죠. 여기서 살아봐요(웃음)!’
어느 도시나 생활이 되면 또 다르겠지요(웃음). 다은 씨는 어디에서 재미를 찾고 있어요?
저는 그냥 제 일상이 재미있어요.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회사 아래 떡볶이 포장마차 사장님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떡볶이를 사러 가면 늘 물통에 레몬을 띄운 ‘레몬 워터’를 준비해 두셨거든요. ‘이분 진짜 멋진 사람이다, 떡볶이를 팔아도 자기만의 방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구나!’ 싶어 참 부러웠죠. 그런데 지금의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찬 일상을 살고 있잖아요.
나만의 레몬을 물 위에 띄우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웃음).
맞아요. 제 생활 반경은 그리 넓지 않아요. 초창기 3년 동안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첫 직장 상사보다 더 혹독하게 저 자신한테 밤샘 작업을 시켰거든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이곳 선화동에서 일하고, 근처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운동하는 게 전부예요. 누군가에겐 지루해 보일지 몰라도, 저는 제 일상이 너무 좋아요. 이 단조로운 일상 안에서 저 스스로 끊임없이 작은 변주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요.
일상 안에서의 ‘변주’라고 하셨는데, 새로운 문구를 소개하거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일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시간도 큰 변주예요. 한 친구를 만날 때마다 프렐류드의 풍경이 매번 달라져요. 예전에 미피를 정말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사실 저는 미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거든요(웃음). 그런데 그 친구를 곁에 두다 보니 어느새 미피만 보면 그 친구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 이래서 미피를 좋아하는구나.’ 이해하게 되면서 매장에 미피 파트가 작게 생기기도 했죠.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문구점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조금씩 늘어나는 거예요. 그럼 신기하게도 그 취향에 반응하는 손님들이 새로 유입되곤 하죠.
함께하는 분들의 세계가 더해질수록 이 문구점도 더 다채로워지는 거였네요.
맞아요. 저 혼자서는 절대 지금 같은 공간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한번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아르바이트로 들어왔는데,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어린이의 시선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어린이들 시야가 닿는 낮은 매대에는 공룡이나 곤충 스티커 같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로 배열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지우개 매대에 “눈으로만 봐주세요”라는 안내문을 적어둔 적이 있어요. 공간 내에서 부정적인 어조를 쓰고 싶지 않아 나름대로 고심해 적은 긍정문이었는데도, 손님이 같이 온 손님에게 “야, 이거 만지지 말래.” 하고 부정어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고민하던 제게 그 친구가 “안내문 맨 끝에 ‘감사합니다’를 붙여보면 어떨까요?” 하더라고요.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 쓰는 방식인데, 여기서의 ‘감사합니다’는 단순히 고맙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말을 수용해 줄 것을 믿고 미리 건네는 신뢰의 인사’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문구를 바꿨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부정적인 언어로 받아들이는 손님이 확 줄었어요. 말하는 저희도, 듣는 손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