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좋아하는 시를, 왜 더 좋아하려고 노력하셨어요?
우리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해요. 저도 독서보다 누워서 넷플릭스 보는 게 더 재밌어서, 읽기를 선택하기 힘들어했거든요. 그런데 좋아한다는 마음을 스스로 계속 먹다 보니 그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문학도 노력하면 더 과감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글 쓰는 분들이 저한테 물어요. 자기는 생각보다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요. 그때마다 저는 좋아하는 것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취미에 머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시인이 되고 싶었거든요. 남은 생을 통째로 읽고 쓰는 데에 사용하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을 사랑할 때 역시 아파도 보고, 밤도 새우고, 가슴도 쳐봐야 그 사랑이 깊어지잖아요. 문학도 그렇게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렇게 탄생한 첫 시집이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죠.
데뷔까지 오래 걸렸지만 막상 시집을 내려고 하니 발표할 만한 시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존 작품은 거의 다 버리고, 새로 쓴 것 위주로 시집을 엮었어요. 무슨 이야길 쓸까 고민하며 나를 돌아봤는데, 저는 천재형 시인이 아닌 둔재에 가깝더라고요. 둔재는 우직하게 사랑하는 일밖에 못 하고요. 그래서 이 시집에서는 나의 잘남보다 나를 존재케 해준, 아니면 나를 죽지 않게 해준 사람들을 담고 싶었어요. 내 주변에서 빛나고 숭고했던 이들의 잘남을요.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글로 복원하고 기억하고 싶었어요.
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사랑의 의미를 정의해 본다면요?
어릴 때 외할머니집에서 자랐어요. 여름이 되면 무거운 수박을, 그 노인이 몇 통씩이나 들고 집으로 와요. 수박 담는 그물망 아세요? 그 망을 들면 손가락이 얼마나 아파요. 그럼 제가 물어요. “왜 이걸 다 들고 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만큼 사 와, 할매.” 그러면 할머니가 그러세요. “뭐 하기는, 화채 해 묵지.” 당신이 수박을 좋아하셨거든요. 수박을 반으로 가른 다음 둘이서 정신없이 파내고 화채 그릇을 만들어요. 거기에 오미자를 며칠간 냉침한 빨간 물을 부어서 온갖 과일을 넣고, 아카시아 꿀도 뿌려요. 그리고 할머니가 매번 물어보셨죠. “니 화채가 왜 화채인 줄 아나? 꽃 화花 를 써서 화채다.” 그러고 아파트 화단에서 뜯어 온 꽃잎을 깨끗이 씻어서 마지막에 뿌려주셨어요.
아…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계속 들려주세요.
화채를 먹다 보면 얼음이 씹히고 차가운 단물이 느껴지는데, 갑자기 어금니에 벨벳 같은 것이 씹혀요. 할머니가 넣어주신 꽃잎이에요. 그 행동은 당신 삶에서 어린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우아함이었던 것 같아요. 인간은 별다른 이득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 내 존재를 위해서 삶에 소소한 행위를 첨가하죠. 그 기억을 돌아보면서 사랑은 수박에다가 꽃잎을 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사랑해 준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엄청난 일을 하진 않았으나 가장 흔하고 가장 귀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