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볕이 유독 매섭습니다. 열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요즘, 님은 이 더위를 무엇으로 견디고 있나요. 저희는 신간 《AROUND》 108호 ‘음악이 모이는 곳’을 님에게 건네려 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것을 향유하고, 지켜내고, 또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기록을 담았어요.
저는 더위를 견디는 도구로 음악을 찾는 편입니다. 어떤 날에는 쨍한 록 음악을 크게 틀어 끈적함을 잊고, 또 어떤 날에는 잔잔한 어쿠스틱 음악을 들으며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가만히 식히곤 해요. 그럴 때 생각나는 뮤지션 권진아의 이야기로 이번 레터를 시작합니다. 108호를 미리 열어보는 기분으로, 권진아의 단단한 용기가 여러분에게도 전해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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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는 모든 말과 숨이 노랫소리 같은 사람.” 언젠가 뮤지션 권진아의 공연을 본 후 메모장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한 곡 한 곡, 음미하듯 몰입하며 부르던 노래도 인상 깊었지만 말 사이마다 스민 단단한 마음의 중심이 선명했다. 그보다 시간이 흐른 후 마주앉게 된 그에게는 사뭇 다른 얼굴도 보인다. 기대하던 나긋함과 깊이감은 물론, 이제는 삶을 즐길 줄 아는 태평함과 자신의 세상을 넓힐 용기까지. 그와 함께라면 이 계절에 쏟아지는 장대비도, 눅눅한 여름 햇살도 마다 않고 어디로든 나아가 보고 싶다. 언제나 이 다음의 나에게로 용기 있게 걸어가는 권진아와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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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곡 전반에 현재의 상황과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시선이 깔려 있네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일면에서는 디스토피아와 다름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나아지고 바뀌길 바라는 지점이 많아요.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럼에도 지지 않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쓰게 된 거죠. 이를테면 사랑 같은 걸요. 어쩌면 제가 이 세상과 그 속에 사는 존재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에 반대로 비관적으로 보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이 벌어지든 무심하게 넘어갈 수가 없는 거죠. 애정이 있어야 희망도 생기고 실망도 하게 되니까요.
작업물을 통해 ‘권진아’라는 사람의 어떤 일부를 보여줄지 매번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잠시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발라드가 정답이라고 할 때면 제 안의 반골 기질이 튀어나와 ‘싫어!’라고 답하거든요. 제게는 많은 장르와 자아가 있고 그걸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하지만 대중의 선택이나 음악 성적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말하진 못해요. 또 그런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대중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와 내가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가며 원만하게 나아가고 싶죠. 문득 헤아려 보니까 지금까지 노래를 내지 않고 쉰 해가 단 한 번도 없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재료가 고갈되었고 안정적인 생활과 마음 안에서 무언가 새로이 뱉어낼 거리도 없다는 생각에 막막했어요. 그 와중에 노래를 쓰고 싶다는 일념 아래 각성된 시기가 찾아왔고, 정신없이 써내려간 곡들이 이번 앨범으로 묶인 거예요. 창작자로서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자신이 없더라도 나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걸, 또 그걸 제법 멋지게 가공해서 들려줄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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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너의 발밑에 두고 시작해
그 이름만 들려와도 내려앉는 마음
손때 묻은 기억들엔 다 네가 있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나 몰라줄 수 있어
— 권진아, 〈Rain on me〉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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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알려준 앨범인 거네요. 저는 선공개 곡 〈Rain on me〉가 유독 마음에 들었어요. 가사 중 ‘이 사랑은 너의 발밑에 두고 시작해’라는 부분이 좋았거든요.
그 곡의 첫 문장이기도 한데요. 5년 전쯤 메모장에 써둔 걸 이제야 꺼내게 되었네요. 짝사랑을 하고 있을 땐 마치 소나기를 맞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해서 지은 제목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가수 권진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마음에 들 노래 같아서 6월 말쯤 먼저 공개했죠. 게다가 올해 장마가 길다는 예보도 있어서 비 올 때 들으면 딱이겠다 싶었고요. 그런데 이게 웬걸, 노래를 내도 장마 소식이 들리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지각 장마’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러니까요! 하필 지금! 제가 어딜 가면 늘 비가 오거든요. 이제는 주변에서 날씨 요정이 아니라 ‘날씨 괴물’이라며 놀려요(웃음). 그래도 다른 어떤 앨범보다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무대에서 보여드릴 상상에 설레요. 언젠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완벽한 제 앨범이 탄생한다면 바로 이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듣는 분들께도 이런 마음이 닿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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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책이 님에게 더 생생하게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108호의 또 다른 취재 비하인드를 짧게 나눌게요. 빈티지 가젯 숍 ‘레몬서울’의 디렉터 김보라・윤종후 부부를 만나고 온 날의 이야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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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서울에서는 최근 영화 〈해피엔드〉의 재개봉을 기념해 협업 굿즈로 OST 리믹스 앨범을 발매했어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다음 날 〈해피엔드〉 GV행사를 예매했다는 제 말에 김보라 디렉터가 “혹시 다섯 시예요?”라며 놀라더군요. 두 분과 같은 회차였던 거예요. 내일 또 만나자는 친구 같은 인사를 나누며 그곳을 나섰답니다. 좋아하는 걸 좇다 보면 이렇게 신기하고 기쁜 우연을 마주하곤 해요.
낸시보이, 데이먼스이어 등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이 참여한 리믹스 앨범은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어요.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이 궁금하다면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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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OST 앨범과 취재 날 선물로 받은 굿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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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Vol.108
음악이 모이는 곳(The Way We Keep Mu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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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108호가 바로 내일, 8월 7일 발행됩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반 하나씩은 마음에 품고 있기 마련인데요. 어라운드는 그중에서도 음악을 기꺼이 물성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찾아갔습니다. 뮤지션 권진아와 죠지, 가젯 숍 ‘레몬서울’과 연애 프로그램 〈4X4〉 팀 등 다양한 이들의 기억이 포개진 음악을 음미했어요.
어라운드가 기록한 음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공식 홈페이지 SHOP을 방문해 보세요. 목차와 일부 페이지를 미리 살펴보실 수 있으며, 곧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신간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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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간을 더 많은 곳에서,
매거진 비치 공간 확대
매거진 비치 공간이 확대되었어요. 토스티데이즈, 커피앤시가렛, 오루베, 캡처드서울, 매쉬커피 제주 등 더욱 다양한 곳에서 신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곳에서 《AROUND》를 마주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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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를 만들면서 음악을 원 없이 접했습니다. 몰랐던 장르의 매력에 취하고, 원래 알던 음악과 더 짙은 사랑에 빠지기도 했어요. 님의 마음을 그렇게 건드리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두 팔 벌려 껴안는 여름 보내길 바라요. 그럼, 다다음 주 목요일에 또 편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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