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님, 얼마 전 어라운드의 소식 들으셨나요? 여직 온기가 가득한 4월호는 2012년부터 우리 곁에 놓인 이야깃거리를 다정하게 끌어안은 매거진 《AROUND》의 100번째 책이랍니다. ‘일과 일상 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100호 속 ‘편집장의 글’ 일부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100호 동안 확신을 가지고 잡지를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저는 100번 동안 스스로 자문자답을 하고 ‘이게 맞는 걸까?’ 고뇌하기도 지루하기도 때론 기쁘기도 한 지난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과잉 콘텐츠 시대에 휩쓸리지 않으며 중심을 지키고자 노력했어요. 흔들릴 때마다 항상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제자리를 찾곤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김이경 편집장, 《AROUND》100호 ‘편집장의 글’ 중에서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땅을 밟는다는 마음”으로 보냈다는 숱한 시간. 비단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몫을 부여 받았지만, 비슷한 마음을 겪어내며 살잖아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 나만의 고유함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 동료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 일과 일상을 조화로이 끌어안고 싶은 마음까지. 그 매일들을 우리는 전혀 모르지 않습니다. 아마도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일 문장과 장면들을 100호에 담았답니다. 그 속에서 뮤지션 장기하의 이야기를 꺼내 이번 레터에서 먼저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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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이 없던 어린 시절, 그의 노래 ‘싸구려 커피’를 처음 들었을 땐 재밌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좀더 자라 인생에서 기쁨과 슬픔을 비슷한 빈도로 오갈 땐 ‘등산은 왜 할까’의 가사를 곱씹으며 매사에 덤덤한 나를 바랐다. 이보다 더 시간이 흐른 후, 그와 마주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땐 그와 비슷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졌다. 음악을 말할 때마다 빛을 잃지 않는 소년의 얼굴이 되는 사람. 말에서 노래를, 노래에서 말을 짓는 사람. 뮤지션 장기하에게 영원히 고이지 않고 어디로든 흘러가 볼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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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가 없는 걸 좋아하는 성향대로 가사에도 쓸데없는 걸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죠. 혹시… 일이 아닌 일상에서도 그런가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되도록 안 하려고 노력해요. 과연 내가 이 말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과잉된 표현이 필요한 순간도 있잖아요. 기하 씨가 와인을 좋아하시니까 예를 든다면, 너무나 맛있는 와인을 발견했을 때 온갖 미사여구로 그 기쁨을 표현할 수도 있죠.
물론 그럴 때는 온갖 마음을 담아서 말하고 싶은데요(웃음). 내가 느끼지 않은 걸 말하고 싶진 않아요. 똑같이 와인을 예로 들면, 마시기 전에 이런저런 설명을 듣곤 하잖아요, 잘 익은 딸기 향이 난다든가. 직접 먹었을 때 와닿는 맛이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건지. 자연스레 내가 느낀 건지 헷갈릴 때가 있죠. 그럴 때 급하게 표현하려다 보면 느끼지 않은 것도 말하게 되는데,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과 노랫말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말과 노랫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경계선이 굉장히 모호한 채로 내버려두는 편이. 모든 말이 노래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말을 하는 순간에는 이미 거기에 음악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 봐도 잘 지었다 싶은 가사가 있어요?
이건 때마다 답이 달라질 텐데 지금은…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그 노래를 만들고 나니까 저에게 그 말이 주는 영향이 더욱 커졌거든요.
자주 듣는 노래라 그 말을 듣자마자 멜로디가 떠오르네요(웃음). 장기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세상살이에 초연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현실에서 이러쿵저러쿵 마주하는 불안이나 고민에도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 같고요.
오히려 좌지우지되는 것 아닐까요? 막 버티려고 하기보다 좌로 밀면 좌로 넘어가고, 우로 밀면 우로 넘어가고. 저는 실제로 매사에 초연하지도 않고, 불안과 고민을 잘 피하지도 못해요. 휩쓸릴 만한 순간이 다가오면 지금이 그런 시기구나, 오늘은 또는 이번 달은 이렇구나 하고 바라보는 수밖에 없어요.
그건 분명 회의나 냉소와는 다를 거예요.
그럼요. 겉으로는 별로 휘둘리지 않는 척, 쿨한 척해도 속으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믿는 태도가 회의나 냉소 아닌가요? 분명히 그럴 거라고 믿는 ‘믿음’의 문제인 거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정말로 어떻게 될지, 우리가 하는 일들이 잘될지 안될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무조건 안되는 게 아니라 잘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알 수 없다는 것, 그저 모르는 것이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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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 문학동네
대화를 풀어두기에 앞서 전문에도 적어 두었지만, 뮤지션 장기하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그와 비슷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어요. 그는 “매사에 초연하지도 않고, 불안과 고민을 잘 피하지도 못하지만 휩쓸릴 만한 순간이 자신을 좌로 밀면 좌로, 우로 밀면 우로” 기꺼이 움직여요. 안다고 확신하기 보다 모르는 대로 가만두는 데 능숙하고, “더 이상 절실히 믿는 게 없어도 삶에서 흘러가는 것 전부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죠.
일과 일상을 대하는 장기하의 마음가짐은 5년 전 출간한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도 쓰여있습니다. 이 책은 최근 20쇄를 찍었을 정도로 꾸준하고 뭉근한 애정을 받고 있는데요. 삶에서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기쁨과 슬픔을 덤덤하고 싱겁게, 때론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다운 문장들로 풀어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의 마음과 상황이 변화를 거듭하기에 충분한 시간일 텐데도 책 속의 그와 이 대화 속의 그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변함없이 쉽게 좌지우지되고, 억지로 명명하려 들지 않고, 작은 장면들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그에게서 일과 일상 사이에 오롯하게 서 있는 존재가 엿보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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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저마다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혼자 또는 함께하거나 규칙적으로 또는 이따금 임하겠지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그로부터 얻는 의미, 일 안팎으로 삶의 균형을 잡는 법도 저마다 다를 거예요. 갖가지 다름 속에서 같은 것을 골라내 보자면 ‘일’이 바로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라는 것 아닐까요? 《AROUND》 100호는 일과 일상 사이, 존재를 오롯하게 지켜가는 이들의 삶을 모았어요. 아래 버튼을 통해 공식 홈페이지 ‘SHOP’에서 둘러보거나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세요.
더불어, 오프라인 만남 소식도 살며시 전해둡니다. 어라운드는 4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촌 ‘무서록’에서 전시 〈어라운드의 100번째 시선: 발견담〉으로 독자분들과 마주 서려 해요. 차근하며 단단하게 쌓아 올라온 《AROUND》의 책을 보듯 그동안 함께 잡지를 만들어 온 이들 중 100명에게 건넨 질문과 답, 다시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온 질문을 들을 수 있답니다. 티켓 예약 판매가 시작될 4월 15일부터 그간 준비한 것들을 풀어내어 보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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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한창 흐드러진 이맘때, 어라운드가 엮은 최예슬 에세이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출간을 기념하며 북토크를 진행해요. 4월 22일, 서교동 ‘땡스북스’에서 요가와 명상을 안내하며 남은 일상에는 글을 쓰는 작가 최예슬과 함께, 스물네 개의 절기마다 삶에서 마주한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태도를 나눠봅니다. 담당 편집자와 함께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누려 하니,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신청하세요.
*참!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는 오는 14일 정식 출간되어 어라운드 공식 홈페이지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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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어라운드의 숱한 시간을 지켜봐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문장과 장면에 깊은 공감을 보내주는 여러분이 책 한 권을 완성하기까지 잊을 수 없는, 아주 반짝이는 이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과 일상 사이를 가벼이 오가며 오랫동안 듣고 싶은 삶의 조각들을 안겨드릴 테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4월도 어라운드와 함께 자분자분 걸어보아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걸음 중 전하고픈 이야기와 전시 소식을 더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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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X로컬스티치, 우리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려드릴게요
AROUND Talk : 어라운드의 일과 일상 사이
《AROUND》 100호의 출간을 기념하며 로컬스티치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세 번의 만남에서 그간 어라운드를 지켜본 분들 또는 어라운드가 궁금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통해 살펴보고 신청할 수 있답니다.
𝙎𝙚𝙨𝙨𝙞𝙤𝙣 𝟭. 어라운드는 어떻게 100권의 매거진을 만들었을까? ‘어라운드’라는 회사가 싹을 틔운 때부터 지금까지의 걸음들, 어라운드 동료들이 일하는 법과 《AROUND》 제작 과정, 그 뒷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오래도록 곁에서 반짝일 문장과 장면을 모아 ‘종이 잡지’로 펴내는 것의 의미까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4월 18일 (금) 19:30—21:00 • 참여 | 어라운드 편집장 김이경, 에디터 이명주
𝙎𝙚𝙨𝙨𝙞𝙤𝙣 𝟮. 작가 한수희의 쓰는 존재로 살아가는 법
한수희 작가는 《AROUND》 필진으로 8호부터 100호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 토크에서 어라운드는 매일 생업에 임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는 작가를 ‘쓰는 존재’라 부릅니다. 그리고 작가에게 글과 호흡하는 삶의 방식, 글쓰기의 의미, 산문을 대하는 태도 등을 들어봅니다.
• 4월 19일 (토) 13:00—14:30 • 참여 | 작가 한수희, 어라운드 에디터 차의진
𝙎𝙚𝙨𝙨𝙞𝙤𝙣 𝟯. 매거진사 브랜드 PM이 일하는 방식ㅡ메시지와 감도를 담는 컨텐츠를, 이 일정과 예산 안에서요?
기업과 개인의 구분을 넘어 모두가 브랜드가 되고,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가로 나를 대변하는 시대. 많은 브랜드가 자신들의 메시지를 잘 풀어내 줄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고, 어라운드는 2018년 브랜드기획팀을 창설해 전문적인 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징을 시작했습니다. 감도와 메시지를 담는 컨텐츠를 만들어 가는 브랜드PM의 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4월 19일 (일) 13:00—14:30 • 참여 | 어라운드 브랜드 프로젝트 디렉터 이정현, 매니저 정현지
더불어, 4월 15일부터 타운라운지에서 100호를 만나볼 수 있는 작은 팝업도 예정되어 있으니 함께 들러 보세요. 어라운드X로컬스티치 토크에 참여하는 분들은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의 타운라운지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답니다. 우리와 가까이 마주 앉을 여러분을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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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를 톺아보며, Editor’s Curation
매달 첫 번째 화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머문 자리를 살피며’입니다.
날씨와 계절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 다르게 변하고, 초록빛은 지구에서 점점 뿌리내릴 자리를 잃어가요. 이러한 변화에 마음을 기울이며 이 땅과 그 위의 작은 존재들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과 일상에서 불필요한 사용과 소비를 덜고,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이지요. 어라운드의 과거 기사 네 편을 감상하며 여러분이 머무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떠올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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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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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이 구독 : 매달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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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구독 방식이 있으니 , 아래편에 정리한 혜택과
함께 마음 닿는 쪽으로 살펴보세요.
•《AROUND》의 모든 기사와 비하인드 컷 감상
• 가족 매거진《wee》, 협업 브랜드 매거진 열람
• 지난 기사를 톺아보는 큐레이션 콘텐츠 감상
• 모든 뉴스레터 콘텐츠를 마음껏 열람
• 생생한 콘텐츠로 감상하는 오디오 북 제공
• 어라운드의 오프라인 작업실 ‘발견담’ 이용 제공
• 홈페이지에서 현금처럼 쓰는 ‘AROUND Point’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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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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