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님, 레터를 사이에 두고 만난 우리는 무엇이 닮았을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저와 쓰고 읽는 행위로 연결된 님은 마음에 닿는 문장을 오랫동안 간직하거나, 글 속에 담긴 타인의 기쁨과 슬픔 또는 모순을 마주하며 위로를 얻는 사람이 아닌가요? 좋아하는 문장이 촘촘히 엮여 책이라는 한 권의 물성이 된 모습을 무척 애틋하게 여기고, 집 밖을 나설 때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가방에 챙겨본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 분이 맞다면, 얼마 전 얼굴을 내민 《AROUND》 102호를 더 반갑게 여기셨을 것 같네요. ‘책 안팎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신간은 우리와 똑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거든요.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 과정부터 읽고 쓰는 것의 의미, 적극적으로 책을 ‘경험하는’ 일상까지 한데 아울러 담겼답니다. 지식의 전달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훌쩍 넘어 확장되는 쓰임과 활용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책을 어떻게 향유하게 될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AROUND》 102호 속 소설가 김금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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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의 세상에선 살아내는 일에 열심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먹고사는 게 고되고 때로는 쉬이 털어두지 못한 사연이 있더라도, 한 손에는 삶을 꼭 쥔 채 힘을 풀지 않는다. 출판사 ‘무제’와 함께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선보인 그는 어느 더운 여름날, 속절없이 떠돌던 ‘열매’를 ‘완주’라는 마을로 등 떠밀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듬고 다독이는 한 계절 속에서 이기지 못할 것은 없다. 왕성하고도 무심한 이 여름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속, 구멍 난 자리를 찾아 글로 옮기는 김금희 작가와 마주했다. 그가 꺼내두는 문장들을 따라 각자의 계절을 무탈하게 그리고 온전히 완주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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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일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작가님이 스스로 ‘작가’를 정의한 문장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의미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잠시 생각한다.) 때로는 저도 위안받고 싶거든요. 글쓰기를 통해서, 글을 매개로 나를 개방해서, 그 개방을 통해서 위안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근데 엄밀히 말해 소설은 작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왜 그런가요?
왜냐하면 일기가 아니잖아요. 작가가 쓰고 있지만 소설이라는 도구와 인물이라는 대리자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하는 중인 거죠. 글쓴이를 내세우기보단 도구와 대리자가 떳떳하고 오롯하게 서 있는 게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거리감을 유지해야 작품의 성공이 나만의 것이라며 나르시시즘에 빠지지도 않을 테고요. 물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나를 완전히 빼고 쓰는 게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제 진심으로는 하기 어려워요. 제가 항상 고민하는 자리의 문제, 노동의 문제, 살아감의 문제에 대해 연관 없이 쓴다면 분명 거짓말이고 인물에게 영양분을 덜 내어준 거죠. 나를 어느 정도 투사할지, 진전에 필요한 것들을 화자에게 얼마나 선택하게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수없이 되뇌는 게 작가라고 생각해요.
쓰는 이와 완전히 똑 닮을 순 없겠지만, 자신의 조각을 넣을수록 글에선 생동감이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럼요. 《첫 여름, 완주》를 쓸 때도 그랬어요. 쓰기 전엔 제 글에 이타적이라는 목적이 뚜렷하게 보일 거로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까 무엇보다 저 자신이 솔직하게 들어가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성우로 일하는 열매가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온갖 병원에 다니다 결국 정신과로 향하거든요. 종합 심리 검사인 ‘풀 배터리 검사’를 받고 나서 의사가 이렇게 말해요. “단기 기억력을 보세요. 백 명 중에 구십팔 등입니다. 이런 말 요즘 쓰면 안 된다지만 옛날이라면 바보라고 놀림 받았을 정도예요.” 그게 실은 제가 의사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에요(웃음). 스트레스나 우울증과 관련된 신체화 문제를 다룰 때 ‘그런 검사가 있었지, 결과를 듣는 도중에 의사가 그런 말을 했었지.’ 하며 제가 직접 경험한 걸 솔직하게 다 써넣을 줄 몰랐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이야기가 구체화하면서 더욱 두터워지고 재미있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이라는 작가님의 문장이 다시 한번 떠오르네요. 한 편을 완성하기란 고되고 지난하고, 치열하기까지 한 과정이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끈기예요. 오래 하면서 숙련되었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늘 막막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일단 시작한 원고는 어떻게든 끝을 봐요. 지금 쓰던 게 막혀서 다른 소설로 도망가고 싶잖아요? 그럼 그 소설에서도 결국 막히는 지점이 분명히 오거든요. 완성하는 데까지 늘 허들이 있고 어려움이 있으니까, 사람을 막 쥐어짜는 듯한 과정이 지나야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죠. 아마 소설뿐 아니라 모든 글이 그럴 거예요.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니까 완성 지을 수 있는 끈기와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그 고독감을 감당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죠.
지금까지 이야기를 짓는 일에서 발견한 슬픔이 있다면요?
소설은 늘 즐겁고 인생이 만족스러운 인물들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삶의 연장선 위에 조금은 힘들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우리는 소설을 읽어요. 그래서 그 아픈 주인공을 빚어내야 할 때 똑같이 아픈 감정을 느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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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 창작 비화 소개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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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는 올해 상반기 출판사 ‘무제’에서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김금희의 소설입니다. 주인공 ‘열매’는 같이 살던 절친한 언니 ‘수미’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지자, 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향하지요. 오갈 데 없는 처지였던 열매가 수미의 본가에 머물며 완주 마을 사람들과 애틋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예요. 이 책은 특별히 ‘듣는 소설’이라는 이름 아래 오디오북으로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그 치열했던 작업기는 《AROUND》 102호 인터뷰에도 촘촘히 담겼는데요. 오늘은 김금희 작가가 개인 서재에서 직접 창작 비화를 풀어두는 영상을 꺼내드릴게요. 음성 언어로 변환될 글을 쓰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 등장인물 소개와 더불어 작가의 서재도 둘러볼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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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는 책, 《AROUND》 102호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번 호는 이야기를 짓거나 책을 만드는 일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책을 매개로 낯선 이와 연결되는 경험이나 읽기를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일상, 독서하는 나를 세상에 내보이는 일까지 장장을 펼쳐 든 사람들이 머무른 다양한 장면을 목격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서 신간을 읽어가는 여러분을 떠올리며 어라운드는 어김없이 한 권의 마음을 실어 보냈습니다.
신간은 아래 버튼을 눌러 공식 홈페이지에서 살펴보실 수 있어요. 목차와 페이지 일부를 살펴보며 낯설거나 익숙한 이름을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신간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뉴스레터에서는 9월까지 《AROUND》 102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차근히 전해드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뜨거운 여름을 성실히 살아내고 조금 달라진 계절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즐겁게 닿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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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TV X 하말넘많, 한수희 작가 에세이 소개 영상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는 2020년 어라운드와 한수희 작가가 함께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작가가 매거진 《AROUND》에 8년간 연재한 책과 영화 이야기 중 22편을 골라 엮었고, 꾸준한 관심에 힘입어 지난달 4쇄가 발행되었답니다! 때마침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도 이 책이 등장했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하말넘많’ 팀이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한수희 작가의 에세이를 꼽은 것인데요. 독립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나 따스한 위로를 얻은 그들의 진솔한 감상이 담겼습니다. 영상을 본 후,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를 좀더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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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비로 함빡 젖으며 본격적인 여름을 통과하고 있다고 여긴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늦여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기온을 느끼다 보면 우리는 가을에 도착하겠지요. 저는 이렇게 계절의 변화가 성큼 다가올 때 소박한 하루가 하나둘 모여 이루는 힘을 실감해요. 지난하게 느껴지는 과정을 걷고 있더라도, 오늘을 잘 살아낸다면 언젠가 두 손에 폭 담길 커다란 시절을 안게 될 거라 믿는답니다. 가을이 올 때까지 가뿐하게 매일을 나아가시길 바라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이야기 중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을 골라 들려드릴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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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를 톺아보며, Editor’s Curation
매달 첫 번째 화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바다를 곁 하고’입니다.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여름, 멀거나 가까운 해변으로 떠나 본 적이 있나요? 무더위도 내면을 달구는 걱정도 시원하게 삼킬 듯한 파란 바다.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그 바다를 곁에 둔 존재들에게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서핑을 주제로 작업을 선보이는 그래픽 디자이너 조성익부터 해안으로 떠난 여행기, 해운대 옆 자리한 공간 대림맨숀까지 푸른 빛 가득한 이야기를 꺼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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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서포터즈, 어라운드 2기 모집
우리의 시선을 더 넓은 세상과 나누고 콘텐츠를 만들어갈 서포터즈, 어라운더 2기를 모집합니다. 어라운더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를 비롯해, 어라운드의 다양한 콘텐츠를 알라고 공식 인스타그램 또는 홈페이지에 게시할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제작해요. 아래 버튼을 눌러 자세한 활동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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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Hiring !
어라운드에서 함께 마음을 나눌 동료를 기다립니다. 서류 접수는 9월 21일(일) 자정까지 받을 예정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본 분들은 마감 일자를 꼭 확인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지원을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릴게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눌러 살펴보실 수 있어요.
· 매거진팀, 브랜드기획팀 디자이너 모집
· 브랜드기획팀 프로젝트 매니저(PM) 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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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을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 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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