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님, 긴 휴일을 앞두고 어떤 계획을 꾸리고 계신가요? 혹은 여느 일상과 다를 바 없이 지날 수도 있겠어요. 어떤 나날의 틈에서든 꺼내볼 수 있도록 《AROUND》에서 마주한 우리 곁의 도시 이야기를 전해두려 합니다. 이번 《AROUND》의 시선이 머문 곳은 오래된 흔적과 현재의 모습이 겹겹이 어우러진 ‘전주’입니다. 한 도시를 마주하기 전, 우리는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은 잠시 내려두고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도시가 고요히 간직한 풍경을 눈여겨 따라가 보자고요. 그렇게 만난 전주는 오래도록 변치 않는 시간을 품은 채, 그 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수놓아지고 있었습니다. 책과 영화, 음식과 사람까지 전주를 이루는 면면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말이죠. 우리가 걸은 길과 머문 자리, 그곳에서 길어 올린 장면들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님도 낯설거나 익숙한 이 도시에서 작은 조각 하나쯤 발견할 수 있기를, 그래서 한 도시를 향한 호기심이 작게라도 움튼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듯합니다. 전주를 기반으로 일과 삶을 꾸려가는 모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AROUND》 103호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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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모아의 앞으로 덜컥 집이 생겼다. 전주를 감싸안은 형상의 모악산과 나란히 앉은 그 집은 가족의 오랜 기억이 스민 곳이었다. ‘모악산의 아침’이라는 이름 아래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이곳에서의 달가운 밤을 보내는 이들을 맞이하는 모아는 그 집에서 몇 가지를 빼기로 한다. 바로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이윽고 생긴 틈에는 초록을 바라보는 휴식과 건강한 삶의 방식을 채웠다. 나아가 쓰레기 만들지 않는 장터 ‘불모지장’, 각자의 시선이 존중 아래 공유되는 ‘지향집’을 꾸리는 그의 씩씩한 걸음을 보며 예상했다. 그건 분명 자신의 삶과 나고 자란 이 뭍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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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의 아침은 다른 곳과 비교해 ‘없는 게’ 눈에 띄어요. 제로웨이스트 숙소로 운영되기에 샴푸나 바디워시를 담는 통은 보이지 않고 티백이나 새하얗게 표백된 휴지도 없죠. 흔히 제공하는 페트병 물도 없어요.
운영을 시작한 뒤 가장 놀랐던 게 한 팀이 머물고 간 숙소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쓰레기였어요. 숙소에 누구든 쓸 수 있는 그릇을 두어도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 수북해요. 바비큐를 하고 나온 음식물이나 플라스틱 등을 한 봉지에 넣고 가버리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 안을 보면 먹다 남은 쌈장이 한데 뒤엉켜 묻어 있고요.
아, 상상만 해도···.
그걸 제가 공간 시간에 잠시 들러 수돗가에 앉아서 전부 닦고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데요. 그 시간도 마음도 아까웠어요. 당시 저는 환경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고려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이만한 쓰레기를 보는 게 너무 버겁더라고요.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누구든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면 죄책감이 느껴지잖아요.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꽤 오래 고민하다가, 하나를 없애면 하나를 드리는 방식의 부드러운 제안을 떠올렸죠.
지난 88호 《AROUND》에 기고하신 글을 보면 사라진 것 중 한 가지를 알 수 있죠.
“바비큐로부터 해방되었다.”(웃음). 다른 펜션만 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제로웨이스트 숙소에서도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탄소 배출 원인 중 하나인 축산업에 일조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대신 요가 매트와 싱잉볼, 소분된 잎차나 무포장 커피 원두처럼 초록을 보며 온전한 휴식을 취할 방법을 마련했어요. 덩달아 손님들께 드릴 페트병 물 대신 정수기도 설치했죠. 쓰레기는 없이 원하는 만큼 먹고 돈을 아낄 수 있도록요. 샴푸나 린스, 바디워시는 용기 대신 바 형태의 제품을 적당량 잘라 나누어 드렸고, 남은 조각은 휴지갑에 가져가시거나 저와 동료들이 사용해요. 주방과 세탁 세제는 ‘꽃마리’라는 제주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별도 포장이 없는 벌크 통으로 받은 후 다 쓰면 햇볕에 말려서 다시 브랜드로 보내는 방식이에요. 락스 대신 과탄산소다나 구연산 등을 활용하고요.
하나를 없애면 하나를 준다는 모아 님만의 제로웨이스트 방식이네요. 포기하거나 금지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거죠.
맞아요. 누군가에게는 살기도 바쁜데 이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귀찮고 피곤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거든요.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이 다 다르다는 걸 알기에 부드러운 방식으로 대안을 제안하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의 사전적 정의는 ‘폐기물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그건 개인의 선에서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마트에만 가도 모든 제품이 다 포장되어 나오는데 내용물만 쓱 빼서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을 탓하기보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면 좋겠어요.
그 생각에 공감하며 와주는 손님들을 보며 기쁨을 느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잠시 생각한다.) 정말 많은데요. 저기 옆에 모악산의 아침 로고를 담은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보이세요. 여기서 두 번 정도 머무신 손님이 계신데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셨는데 지내는 동안 위로를 받은 기분이라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셨어요. 또 어떤 작가님은 시인의 방에서 원고의 퇴고 작업을 하셨고 출판된 후에는 그 사인본을 선물해 주시기도 했죠.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하루든 며칠이든 묵는다는 게, 추억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여기서 즐거웠다는 후기를 보면 제가 누군가의 삶 속 추억 한 장면을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을 느껴요. 언제까지나 모악산의 아침은 어른과 아이, 반려동물까지 모두가 환영받는 곳일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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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모아 님의 이야기에서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각자의 상황을 존중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에서 부드러운 사려가 느껴졌어요. 또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가치의 여러 모양들에 대해서도 가늠해 보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자연스레 모아 님의 두 번째 공간, 지향집을 이어서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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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집에는 가벼운 세면도구와 테이블, 침구까지 하룻밤 묵기에 필요한 것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머무는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 것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즐기되, 얻은 것이 있다면 자율적인 후원이나 재능 기부를 해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죠. 매주 월요일에는 ‘지향집밥’이라는 프로그램도 열리는데요. 한 끼에 3천 원을 내면 지향집에 구비된 재료로 식사를 할 수 있고, 원하는 날짜를 정해 한자리에 모여 단란하게 음식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 안에서는 ‘서로의 나이와 신분을 묻지 않는 규칙’이 있습니다. 대신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경계 없이 꺼내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 담겼다고 해요. 나를 명명하는 표식들을 잠시 떼어놓고 오롯이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신념을 따라 나아갈 수 있는 곳이라니. 이런 다정한 공간을 품은 전주라는 도시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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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의 신간, 《AROUND》 103호가 발행되었습니다. 전주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 비슷한 그림이 마음에 스칠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마을에서 다리만 건너면 펼쳐지는 생경한 동네 풍경, 방문객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곁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면들. 하나의 도시를 더 깊게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바지런히 고개를 기웃거리며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경쾌한 발걸음을 따라 실어 보내는 《AROUND》에서 님도 도시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신간은 아래 버튼을 눌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뉴스레터에서는 11월까지 《AROUND》 103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드릴 테니 함께 즐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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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어라운드 사옥에서 1인 출판 브랜드 터틀넥프레스의 김보희 대표와의 토크가 열렸습니다. 차의진 에디터와 함께 김보희 대표가 생각하는 책의 가치, 출간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나누었는데요. 터틀넥프레스가 3년 차 1인 출판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쁨, 시행착오의 순간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라운드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촘촘하게 담은 영상이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통해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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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계절의 변화를 잘 알아채는 편인가요? 저는 늘 같던 저녁 시간이지만 짧아진 낮의 흔적을 눈치챘을 때, 매미 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 울려올 때 문득 가을이 찾아왔음을 느끼곤 했어요.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넘어가는 걸음이 갑작스러운 듯해도, 자연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다음 계절을 빚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주변에 귀 기울여 생동하는 것들의 작은 신호를 발견하며 가을을 맞이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어라운드 기사 중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품고 돌아올게요. 다다음 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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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언어〉 전시로 만나는 도시 제조업 이야기
서울도시제조허브에서 진행 중인 〈소리의 언어〉는 도시형 소공인과 함께한 협업 전시입니다. 도시 제조업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실제 소공인들의 제품과 제작 과정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요. 그 한편을 채우고 있는 《AROUND》의 자리에서는 103호에 담긴 소공인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AROUND》의 과월호와 변천사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을볕에 산책하듯 들러, 도시 제조업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매력을 전시 속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장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9, 서울도시제조허브
•일자: 10월 31일까지, 10AM — 10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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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Club, 언제 어디서나 당신 곁에서
매거진 《AROUND》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AROUND Club’을 구독하면 3,200여 개가 넘는 기사와 홈페이지 한정 콘텐츠, 구독자만의 특별한 혜택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어요. 서울, 경기, 제주에 마련된 아래 공간을 찾아주시면 ‘AROUND Club’ 1개월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답니다. 더 많은 독자님 곁에서 《AROUND》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비치 공간을 늘려가는 중이니 주변을 살피어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편안하게 걸음을 옮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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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을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 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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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Jeonju)’를 주제로 한 《AROUND》 103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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