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님, 이 레터를 어떤 곳에서 펼쳐 보았나요? 그곳은 바깥일 수도, 아늑한 거처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어디에 있던 나를 다정히 부르는 ‘집’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집은 익숙한 물건과 향, 시간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매 순간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흘러가지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집에도 우리의 가치관, 그에 따른 선택은 깃들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지에 관한 나름의 정답이 담겨 있어요. 각자의 선택과 답이 다른 만큼, 우리의 집은 제각기 다른 모습입니다. 얼마 전 출간된 《AROUND》 105호는 집이 나만의 공간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일과 삶, 구성원을 고려해 새로운 모양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실 수 있어요. 신간을 소개하며 첫 번째로 들려드릴 이야기는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꾸린 문예진·김진호 부부와의 대화입니다. 통창 너머로 자연이 비치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시작으로, 신간 속 페이지를 함께 넘겨 보아요. |
|
|
숱한 실패에도 사람은 계절과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다. 집은 사람이 뿌리내린 땅이 되어,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자리로 남는다. 두 사람의 오롯한 선택으로 튼튼히 다진 이 자리에서 진호와 예진은 가장 자신다워지고 있다.
|
|
|
이 집에서 지낸 지 4년 정도 됐다고 하셨죠? 거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큰 나무 덕분에 계절의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예진 이 집은 원래 아파트처럼 거실 앞에 베란다 공간이 있었어요. 저희는 그 공간을 허물고 확장해서, 창도 통창으로 다시 냈죠. 그렇게 바꾸고 나니까 계절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원룸에 살던 시절에는 창 바로 앞에 빌라가 붙어 있어서 풍경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창을 열면 늘 담배 냄새가 들어왔고요. 회사를 다닐 때도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지냈어요. 그런데 이 집은, 설령 보기 싫은 날이라도 눈앞에 나무가 있어요.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죠. 그런 환경 덕분에 삶을 더 깊이 향유하게 됐어요.
계절을 감각하며 지내는 일이 일상에 또 어떤 변화를 줬나요?
예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멈춰 있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거든요. 예전에는 막혀서 고여 있는 물 같았다면, 지금은 흐르는 물이 된 기분이에요.
진호 회사에 다닐 때는 하루 종일 실내에 있다 보니 밖에 비가 오거나, 날씨가 많이 덥거나 추워도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퇴근할 때 돼서야 “아, 오늘 비가 왔구나.” 하고 알게 되는 정도였죠.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시간의 흐름도 잘 느끼지 못한 채 지나가더라고요. 지금은 창밖 풍경이 계속 달라지니까, 계절이 지나가고 시간이 쌓이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돼요.
예진 그리고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도 있어요. 새들이 찾아오거든요. 숨을 곳이 많지 않다 보니 나무에 앉아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모습이 잘 보여요. 가끔 망원경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새 도감 책을 펼쳐 놓고 “무슨 새일까?” 맞혀보는 재미도 있어요.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이 집에서만 가능한 즐거움이에요.
창밖 풍경이 아까워서 손님들을 초대하기도 한다면서요.
예진 맞아요. 창밖에 있는 나무가 은행나무거든요. 가을이 되면 미리 스케줄을 짜요. 그 시기가 워낙 짧잖아요. 빛이 일렁이고 노란 잎 덕분에 공간 전체가 환해지는 순간이요.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초대하게 돼요. 좋은 걸 혼자만 간직하기보다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다만 그게 단순한 자랑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해서, 풍경만 보여주기보다는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초대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식사를 대접하거나, 책을 함께 읽는 모임처럼 목적이 있는 만남으로요.
집 주변 환경은 어때요? 부암동이라는 동네는 참 편안해 보여요. 많이 소란스럽지도 않고요.
예진 맞아요. 인왕산도 가깝고 집 뒤쪽으로도 산이 있어서 산책하고 싶을 때마다 코스를 만들어 걸을 수 있어요. 그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되더라고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오며 가며 인사하게 되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있고요. 그 거리감이 참 좋아요. 동네가 번잡스럽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고요. 물론 불편한 점도 많아요. 마트나 약국 같은 편의 시설이 거의 없고, 언덕도 많죠. 여가 공간은 있지만 생활 시설은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도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내려가면 서촌에 시장도 있고요. 왜 산꼭대기에 사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인식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희한테는 이 생활이 잘 맞거든요.
진호 저에게 부암동 첫 기억은 예전에 서울에서 데이트하던 날이에요. 예진 님이 부암동에 가보자고 해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왔는데, 그때는 정말 생소했어요. ‘이 버스를 타고 어디까지 가는 거지?’ 싶은 느낌이었죠. 조금만 올라왔을 뿐인데 갑자기 서울이 아닌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그날 ‘부암와플’이라는 곳에서 와플을 먹었는데, 그 가게 사장님이 아직도 계세요. 이 근처에서 오래 사셨던 동네 토박이시거든요. 지금은 이사를 가셨지만 종종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어요. 그렇게 관계가 이어진 것도 신기했고요. 시간이 흘러 다시 이 동네로 돌아와 살게 되니, 그 연결감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서울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감각인데 부암동에서는 처음으로 그걸 실감했어요. |
|
|
앞선 대화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로 들어보았듯이, 부부는 집에 커다란 통창을 냈습니다. 창 바로 앞에 자리한 은행나무 덕에 가족은 계절을 느끼고, 시절을 따라 걸음을 내딛고 있음을 체감하고 말해요. 이곳의 변화가 궁금했던 우리는 사계의 장면을 예진으로부터 건네받았습니다. 얼마 전 입춘을 지났으니, 겨울과 봄의 얼굴을 예진의 글과 함께 소개할게요. |
|
|
겨울
눈 오는 풍경을 집 안에서 바라보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매일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오히려 아쉽지 않아요. 겨울은 이곳에 찾아오는 새들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기 때문이에요. 오늘도 집 앞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인사를 건넵니다. |
|
|
봄
겨우내 굳게 닫아둔 창문을 열면, 따뜻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혀요. 느리지만 꾸준히 새순이 피어나는 모습을 매일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이 저희의 일상입니다. 매서운 겨울의 칼바람을 견딘 초록 잎들은 제 가난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그 긍정적인 기운이 저희 집에도 스며드는 것 같아요.
|
|
|
이번 호에서는 ‘집’을 홀로 또는 다양한 존재가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만난 집들은 세상이 정해둔 기준이나 정답에서 한발 비켜서, 각자의 삶에 필요한 것을 헤아려 선택하고, 고치고, 비워내기도 하며 만들어진 공간들입니다. 《AROUND》 105호를 펼치며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은 나의 모습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어떤 집과 함께 그리고 싶은지 말이에요.
신간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과 어라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아래 버튼을 눌러 공식 홈페이지에서 책을 미리 살펴보세요. 뉴스레터에서도 《AROUND》 105호 속 장면을 차근히 전해드릴게요. |
|
|
매달 첫 번째 화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내가 나일 수 있도록’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나답다고 느끼나요? 나다운 공간이란 진정 존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나요?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을 탐색하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국 거주를 계기로 집의 의미를 탐구하게 된 인터뷰이와의 대화부터, 좋아하는 존재로 가득한 장소에서의 생활까지 들려드릴게요. |
|
|
어느덧 2월의 절반이 가까워져 왔고, 곧 설 연휴가 시작되어요.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거나, 꼭 보고 싶던 영화를 감상해도 좋겠습니다. 늦잠까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연휴겠네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내든 사랑과 안전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레터를 맺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기사와 함께 돌아올게요. 그럼, 다다음 주 목요일에 만나요! |
|
|
We Are Hiring !
어라운드가 전하는 가치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며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나갈 매거진팀의 디자이너를 기다립니다. 서류 접수는 2월 22일(일) 자정까지 받을 예정이니, 관심을 두고 지켜본 분들은 마감 일자를 꼭 확인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지원을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릴게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눌러 살펴보실 수 있어요. |
|
|
AROUND Club, 언제 어디서나 당신 곁에서
매거진 《AROUND》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AROUND Club’ 1개월 이용권이 새로운 장소에 배포되었습니다. 얼스어스 연남·서촌점, 티하우스 탄정, 모을 등 여러 공간에서 이용권을 받아 보세요. ‘AROUND Club’을 구독하면 3,200여 개가 넘는 기사와 홈페이지 한정 콘텐츠, 구독자만의 특별한 혜택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답니다. |
|
|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을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 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
|
다달이 구독 : 매달 5,000원
해마다 구독 : 매년 48,000원
다양한 구독 방식이 있으니, 아래편에 정리한 혜택과
함께 마음 닿는 쪽으로 살펴보세요.
• 《AROUND》의 모든 기사와 비하인드 컷 감상
• 가족 매거진 《wee》, 협업 브랜드 매거진 열람
• 지난 기사를 톺아보는 Editor’s Curation
• 종이책 그대로의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E-BOOK
• 나만의 페이지를 소장할 수 있는 북마크 기능
• 생생한 콘텐츠로 감상하는 오디오 북 제공
• 모든 뉴스레터 콘텐츠 열람
• 홈페이지에서 현금처럼 쓰는 ‘AROUND Point’ 지급
|
|
|
‘나와 우리의 집(My Taste, Our Home)’를 주제로 한 《AROUND》 105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
|
|
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당신의 주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2026 AROUND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