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나는 우리가 세상에 없는 걸 다루길 바라지 않아. 다른 잡지에서 다뤘다고 피하고 싶지도 않고. 모두가 다룬 도구, 모두가 이야기한 사람에 관해 다뤄도 괜찮으니 정면이 아닌 쪽을 보고 싶어. 측면에서 바라보면 분명히 다른 지점이 생기거든. 그래서 시선이 중요한 거지.
주연 그 시선이라는 것 또한 일상에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경 우리는 뭘 만들든 그 기준이 ‘나’야. 같은 바리스타를 다루더라도 기술자로서의 바리스타가 아닌 ‘내가 보는 바리스타’를 다루지.
주연 맞아요. 86호 주제가 ‘드라마’로 좁혀졌을 땐 솔직히 좀 아득했어요. 제가 드라마를 안 보니까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만화영화, 뮤직비디오… 이렇게 뻗어나가게 된 거죠.
이경 그렇지. 주연의 일상에서 이번 호를 바라본 거지. ‘AROUND’는 주변이란 의미지만 그 기준은 나야. 모든 이야기의 중심엔 내가 있어.
주연 그러니까 그냥 ‘주변’이 아니라 ‘나의 주변’.
이경 응.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이야기하고, 읽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을 다시 보게 되는 거지.
주연 그래서 에디터의 상황도 중요한 것 같아요. 딱 그 시점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이야기에 솔깃하는지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진다고 보거든요.
이경 내 주변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보니까 취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아. 아무 취향 없이 기계처럼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자신의 취향, 관심사에 관한 고민을 유독 많이 하는 것 같아.
주연 《AROUND》를 제 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걸 만들 때 내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특별한 에피소드 말고, 정말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요. 내 이야기에서 모든 콘텐츠가 출발하거든요. 제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당신은 어때?”라고 묻는 식이니까요.
이경 내가 인터뷰 문장에 별을 그리는 것도 나한테 질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야. 누군가의 답변을 보면서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고 동의하거나 ‘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하고 또 다른 답변을 하게 되거든.
주연 사소한 사물 하나를 이야기하더라도 형태보다 이야기에 집중하니까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물건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때로는 더 좋은 태도를 배우기도 해요. 이번에 인터뷰이가 저한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해주었거든요. 이래저래 한창 힘들 때라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이경 그럴 때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아?
주연 물론이죠. 그 말 덕분에 세상이나 사람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이경 나도 이 일을 할수록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돼.
주연 만들 때도 그래요. 꾸려 나가면서 제 일상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된달까요. 77호 기록생활자My Record 만들 때가 특히 그랬어요. 인터뷰이의 일기장 수십 권을 보면서 “우와.” 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제 서랍장에도 수십 권의 일기장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 제 일상이 좀 달리 보이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러고 보면 인터뷰이도 일상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 일상적인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사람. 없는 걸 있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내가 가진 걸 보여주기 위해 과하게 행동하지 않죠. |